
오늘 베이징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아주 거센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집안 곳곳에 쌓여 있던 먼지를 털어 내기 위해 어제 마침 대청소를 했는데...다시 새로운 먼지가 쌓이게 생겼네요.
그런데 오늘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덥지만 않다면 밖에 나가 넓은 공터에서 연 날리기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군요. 게다가 날씨가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날이라면, 선명한 원색의 다양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대형 연을 날리고 있으면 정말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더위로 찌든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연(鳶)” 의 기원을 살펴보면, 중국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의 목연(木鳶 - 나무로 만든 매)에서 유래되어, 훗날 “펑졍(風箏)” 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바람 풍(風)과 현악기의 일종인 쟁(箏)을 조합하여 연이라고 지칭한 데에는 어떤 역사적 기원이나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펑졍(風箏)” 의 유래와 그 용도에 관하여 중국에는 여러 가지 전설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그 중에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 연에 관한 이야기들이 역사적 근거로 인해 가장 설득력이 있지요.
옛날 한국의 모(某)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었던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에 등장했던 중국 진한(秦漢)시대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이야기를 알고 계신지요?
바로 이 시기에 두 인물의 전쟁에서 “펑졍(風箏)” 이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아군의 기지에서 적진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 교통과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기에 중요한 서신이나 전쟁 암호를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펑졍(風箏)” 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킨 (유방이 가장 신임하던 부하인) 한신(韓信)의 이야기 야 말로 “펑졍(風箏)” 의 유래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전설이 되었답니다. 그 이야기를 살펴보면, 위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펑졍(風箏)” 이라는 명칭의 의미를 알 수 있답니다.
초(楚) 패왕(覇王 - 즉, 항우)이 마지막 전쟁터에서 유방의 군사들에 둘러싸여 죽기 살기로 대항하고 있을 때, 한신은 소가죽으로 만든 커다란 연을 띄우고 (열기구처럼) 그 아래에 피리 잘 부는 사람을 태워 애절한 초나라 음악을 연주하게 하여 "사면초가(四面楚歌)" 에 처한 초나라 군사들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자극하여 스스로 투항하고 고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이 이야기를 통해 추측해 보면, “펑졍(風箏)” 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된 무기(?)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훗날 민간에서 놀이 기구의 일종으로 변모하게 되었답니다. “펑졍(風箏)”,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라... 얼마나 낭만적인 놀이 기구입니까? 긴 연 줄에 연을 띄우고 얼레를 마음껏 풀어 주면, 닫혔던 마음도 문을 열고 연을 따라 훨훨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펑졍(風箏)” 의 종류를 살펴보면, 형태에 따라 동물(새, 나비, 물고기, 곤충, 박쥐 등)형상, 식물(복숭아, 배추, 연꽃, 무 등)형상, 인물(손오공, 미인, 어린아이, 신선 등)형상, 물건(부채, 종, 초롱 등) 형상과 기타(태극, 팔괘, 글자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으로 나뉘어 지지요. 게다가 놀이 기구로써의 기능뿐만 아니라 집안에 걸어두고 감상할 수 있는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답니다.
역시 다른 공예품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펑졍(風箏)” 은 “삐시에(避邪 - 액막이)" 혹은 기복(祈福 - 복을 빌다)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 민간에서는 연을 하늘 높이 띄운 후 연줄을 끊어 한 해의 모든 액을 연과 함께 날려 보냈다고 하네요. 이것은 예전에 한국에서 할머니께서 들려 주셨던 연 날리기 풍습과 똑같네요.
북경 조양구 동북쪽에 위치한 “쑨허(孫河)" 지역에 “펑졍(風箏)” 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시장이 있답니다. 그 외에도 예전에 이미 소개 드린 바 있는 “판지아위엔(潘家園 ←클릭하세요)” 시장이나 공예품 가게 등에서 다양한 모양과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답니다.
한편, 바람이 약간 부는 화창한 날 천안문 광장에 나가보면 정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펑졍(風箏)” 을 날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어쩔 때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까만 대형 문어나 가오리 “펑졍(風箏)” 을 날리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하늘이 드넓은 바다 속처럼 보이더라구요...
이렇게 더운 날 덥다고 집안에만 있지 말고, 해질 무렵 바람을 맞으며 넓은 공터에서 연을 날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천안문 광장 하늘에 떠 있는 경극(京劇) 인물 형상의 “펑졍(風箏)”.
파란하늘과 대조적인 원색의 “리엔푸(瞼譜 - 경극 인물 분장)” 가 하늘 높이 떠 있어도 정말 눈에 띄더군요.

“판지아위엔(潘家園)”골동품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펑졍(風箏)” 들.
이러한 독수리 혹은 매 모양의 “펑졍(風箏)” 을 “펑잉(風鷹)”, “펑위엔(風鳶)” 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